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高句麗史 넘어가는 소리가 들린다

인생멘토장인규 2008. 10. 20. 09:48

高句麗史 넘어가는 소리가 들린다
 
고구려사를 동아시아의 지평에서 봐야 한다고?
 
月光浪  
 
필자는 전국역사학대회에 가지 않았다. 원래 갈 마음이 있었으나 의제중 하나가 '박정희 정권기 기억의 정치와 국민/민족 만들기'로 되어 있는 것을 보고 갈 마음이 싹 가셨다고 할까나... 그러던 중 오늘 한 신문에서 역사학대회에 대한 기사를 봤는데 역시 안가길 잘했다고 생각한다.
 
우선 '기억'이라는 요소에 대한 순수한 역사철학적 접근을 현 역사학계에서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판단된다. 물론 가서 들어보질 않았으니 다른 관점의 의견들이 있었을지도 모르겠으나 위의 의제만 놓고 보면 '기억이란 요소에 의존한 군사정권의 민족이란 전근대적 허상 만들기' 정도로 당일의 토론회 성격을 규정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더군다나 사회자가 임지현씨였다고 하니... 안봐도 비디오다...
 
아무튼 신문기사의 주된 내용은 전반적인 역사학대회의 탈민족주의적 분위기에 대한 것이었다. 기사에 의하면 '개별 국가의 국사를 넘어 동아시아 역사 지평에서 고구려사를 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 개진이 공공연히 표출됐다고 하는데... 요거이 좀 집고 넘어가야 하겠다.
 
일단 '고구려사는 한국사(국사)인가?' 라는 질문을 해야겠다. 독자님들 어떻게 생각하는가? 고구려사는 한국사일까? 질문을 남북한, 중화인민공화국, 일본에 가서 한다고 가정해 보자... 어떤 결과가 나올까?
아마도 남한은 대다수 국민은 응당 한국사로 보나 타민족사(이를테면 말갈...)로 보는 경향들이 소수지만(학계를 중심으로) 있을 것이다. 북한은 꾸준히 한국사로 인식해왔을 것이고 중화인민공화국은 노년층을 빼면 학계나 젊은층은 한국사가 아니라고 할 것이며 일본은 타민족사로 보는 경향이 강할 것이다. 대충 이렇게 정리가 되겠다. 그러면... 다시 독자님들에게 묻는다...
고구려사는 한국사인가?
 
이제 같은 질문을 전세계를 상대로 한다고 생각해보자. 과연 어떤 결과가 나올것인가? 굳이 묻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독자님들은 잘 알고계시리라. 역시나 안봐도 비디오다.
 
그럼 다시 한번 더 독자님들에게 묻는다. 고구려사는 국사인가?
이~런 비러머글... 그게 그런줄 알았는데 '아니더란' 것이다. 우리들은 그토록 자랑스런 고구려가 한국사인줄알았는데 '아니더란' 것이다. 이게 어찌된 일인가? 더군다나 우리 역사학자님덜은 이제 하나둘씩 짝짝궁 입맞추어 소위 전국역사학대회에서 '고구려사를 동아시아의 지평'에서 봐야한다고 했다나 어쨌다나...
 
月光狼이 한 가지만 말하겠다!
만일 중화인민공화국과 일본의 역사학자들이 90% 이상 '고구려사는 한국사'라는 논문을 내고 그들 나라 국민들의 90%가 '고구려사는 한국사'라고 '기억'만 해준다면... 이 땅의 역사학자덜아! 고구려사를 동아시아의 지평에서 보자고 나불대도 좋다!
 
고구려사 하나만 놓고 보더라도 현 한국역사학계가 어떻게 해왔는지 극명하게 드러난다. 하긴 박사학위자가 12명에 불과하다니 더 무엇을 바라겠나... 김부식이도 당당하게 삼국사기에 고구려본기로 써놓은 자국사를 스스로 팽개쳐왔으면서 이제와서 '고구려사'를 동아시아 어쩌고 저쩌고 하는 것은 결국 이제껏 '고구려사는 한국사가 아니다'라고 말해온 것과 같지 않은가?
 
물론 학계전체의 입장이 아님은 필자 잘 알고 있다. 고구려사 귀속문제해결에 있어서 탈민족주의는 또 다른 편향이라고 주장하시는 분도 계시다. 허나 전국역사학대회라면 6월말에 결판날 고구려유물 유네스코등재 건도 있으니 최소한 손씨의 '통일적다민족국가론'에 대한 비판 이라도 폭넓게 다루어져야 마땅하지 않을까? 그 동안 학계가 손씨를 신랄하게 비판했다는 소리는 들어보지 못했다.
 
필자는 그간 단군조선의 중요성을 역설해왔다. 다시 강조하지만 단군조선역사의 회복은 중원의 하상주(夏商周)와 한(漢), 북방의 제민족, 일본 이전의 왜(倭) 나아가 중앙아시아에 걸처 중동지방에 이르기까지 모든 고대사가 걸려있다. 그것뿐인가? 청왕조 이 후의 중원, 일본우익의 두 줄기, 남북한(韓)문제에 이르기까지 현재 동북아시아의 역사저변을 꿰뚫고 있다. 이렇게까지 이야기 하는데 대체 어딜 보고 있는가?
 
이미 퇴물이 되어버린 민족에 얽매인 국사를 버리고 동아시아역사를 논하자고? 이것이 탈민족주의를 외치는 역사학의 신자유주의자들이 원하는 바라면 이렇게 말하고 싶다. 그래? 어디 한 번 해보아라! 단군조선문제가 걸리나 안걸리나 두고보자...
필자의 귀에는 고구려사가 넘어가는 소리가 들린다...

 

2004-06-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