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멘토장인규 2008. 11. 13. 15:33


[그림]Albrecht Duerer (獨,1471-1528)◈ Adam and Eve (1504)








그림을 클릭하면 큰그림으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







"알브레히트 뒤러의 동판화"  




    동판화는 금속 조각용의 끌을 사용하여 동판에 직접 작가의 생각을
    오목선으로 형상화하는 수법으로, 눈 위의 발자국, 모래 위의 흔적 등을
    생각케 하는가 하면 한편 오래된 시각적인 표현기법으로서
    선사시대의 암각화까지 회상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동판화가 판화 예술에서 가장 고귀하고 소중하다는 이유는
    중세의 금은세공사로부터 그 기법과 도구를 계승 한 것이며,
    장인적인 기술영역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장인과 같은 직업적인 손놀림이 없다면 감흥이나 정신이
    나타내고자 하는 것을 보여준다는 것을 생각조차 하기 힘든 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동판화가는 특출한 정확성과 동작의 우아함을 결합시키고,
    정신을 이에 투입함으로써 기술을 가장 고귀하게 승화시킨다는 것이다.

    이렇듯 뒤러를 통해 동판화는 중세적인 장인의 직업적인 상태에서
    격상되어 이탈리아 르네상스가 추구한 과학성이 담긴 예술작품으로
    본격적인 그 영역을 확보하게 된다.

    사실, 동판화는 뒤러 이전에 15세기 독일과 이탈리아에서
    금은세공사의 장인적인 성격의 작품으로 제작되어
    동판화의 창시적 역사를 이루기도 하였다.

    뒤러의 예술 매력은 그 표현력 있는 선과 완벽에 가까운
    판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왜냐하면 그에게서는 다른 작품에서
    찾아볼 수 없는 심오한 판화 예술세계를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뒤러미술의 획기적인 성격은 그의 이탈리아 여행에서 얻은
    인문주의 사상과 학문적인 과학성에 의한 것이었다.
    사실 르네상스의 이탈리아 예술가들은 공간의 측정과 구조를
    지배하는 수학적 원리와 인체의 완전한 비례법을
    과학적으로 확립하고자 전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뒤러는 그들에게서 결정적인 영향을 입었다.
    뒤러가 받은 영향은 최상급의 대표적인 동판화 작품
    <아담과 이브>(1504)에서 드러난다.

    그 옛날 고대미술에 있었다고 믿었던 이상적인 남녀의 형상이
    이 작품에서 새롭게 창출되었다. 신의 모습에 따라 창조된
    아담과 이브는 절대미를 보여주기도 하지만, 원죄에 의한 파멸이
    물질적인 육체에 다가서고 있음을 시사하고도 있다.

    뒤러는 인체의 올바른 균형과 조화를 찾기 위해서
    인체를 과도하게 길게, 또는 넓게 그림으로써
    인간의 체격을 일부러 왜곡시켰다. 평생동안 몰두했던
    이러한 연구의 첫번째 결과 가운데 최초의 인체비례의 수작
    아담과 이브를 그린 동판화가 있다.

    이 작품 속의 아담과 이브는 그저 붓가는 대로 그린 것이 아니라
    철저한 수학적 계산을 끌어왔다.
    고대 로마의 건축가 비트루비우스는 팔등신의 조건을 수학 공식으로 만들었다.
    발뒤꿈치에서 발가락 끝까지는 몸길의의 7분의 1이고,
    얼굴 길이는 몸길이의 10분의 1, 손끝에서 팔꿈치까지는
    몸길이의 4분의 1이라는 식으로 말이다.


    이 그림에서 그는 아름다움과 조화에 관한 그의 모든 생각들을
    구현하고 자랑스럽게 그의 라틴어 이름으로
    ' 뉘른 베르크의 알브레히트 뒤러 1504년 그림' 이라고 서명했다.



[그림]Albrecht Duerer (獨,1471-1528)◈ The Knight, Death,and The Devil (1513)






    그는 원근법의 객관적인 정당성을 입증하기 위하여 ,
    순전히 기계적인 방법에 의해서 영상을 제작할 수 있는
    장치를 개발하기도 했다. 비록 유치하기는 했지만
    그가 고안한 장치는 사진기의 원리를 향한 첫걸음이 되었다.  

    그의 신비주의적인 철학관은 종교적인 내적 세계와 또 다른 것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상태를 명시해 주는 작품이 불멸의 명작으로 알려진
    동판화 <기사와 죽음과 악마>(1513), <서재에 있는 성 히에로니무스>(1514),
    <멜랑꼬리아 I>(1514)이다. 이 작품들은 한결같이 인간의 운명을 묻고 있는
    수수께끼를 담고 있으며, 또한 뒤러의 철학과 종교 그리고 인생이
    이 작품들을 통해 엇갈려 나타나 있는 것이다.

    먼저 <기사와 죽음과 악마>는 열광적인 루터의 신봉자이자
    기독교적 휴머니스트였던 뒤러가 당시 북유럽 최대의 인문주의자였던
    로테르담의 에라스무스가 썼던 『기독교 군병 편람』으로부터 영향을 받은 것으로서
    마치 기마상(騎馬像) 조각처럼 조화롭고 균형잡힌 자세를 보여주는 기사(騎士)가
    그를 유혹하는 죽음의 사신과 악마의 준동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오직 신앙심으로 무장한 채 위풍당당하게 전진하고 있는 모습으로 그려져 있다.

    그 아래에는 해골과 도마뱀 등의 사악함의 상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덕의 상징인 개가 충실하게 주인인 기사의 뒤를 따르고 있다.
    따라서 이 작품은 당시 유럽을 휩쓸었던 교회의 타락과 농민전쟁,
    흑사병 등과 같은 온갖 사회문제와 질곡에 맞서기 위해
    자신의 신앙을 굳건히 지키는 그리스도의 군병이 되라는
    신앙고백적 의지를 담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림]Albrecht Duerer (獨,1471-1528)◈ Melancholia I (1514)






    다음으로는 <멜랑콜리아>라는 동판화를 살펴보자.

    위에서 아래로 세로선을 이 그림 위에 그어보자.
    세로선을 중심으로 왼쪽엔 돌로 깎은 다면체와 구(공 모양)가 보이고,
    오른쪽엔 천칭, 모래시계, 정사각모양의 숫자판,
    컴퍼스, 막대모양의 자가 보인다.
    이런 도구들은 어떤 상징적 의미가 있을까

    이 그림에서 수학적 대상을 찾아보자.
    먼저 왼쪽 그림의 다면체를 살펴보자.
    삼각형 한 개, 오각형 세 개가 보인다.
    보이지 않는 면까지 생각하면 이 다면체는
    모두 여덟 개의 면(삼각형 두 개, 오각형 여섯 개)으로 되어 있다.
    이것을 ‘뒤러의 다면체’라 부르자.




[그림]Albrecht Duerer (獨,1471-1528)◈ Melancholia I detail







    이번엔 정사각형 모양의 숫자판을 확대해 보자.
    (그림1, 2) 이 16개의 수들은 어떤 규칙으로 배열된 것일까
    네 개의 가로줄에 위치한 수들의 합 16+3+2+13,
    5+10+11+8, 9+6+7+12, 4+15+14+1을 계산하면 모두 34가 된다.
    같은 방법으로 네 개의 세로줄에 위치한 수들의 합을 계산하면 모두 34가 된다.
    또한 두 대각선에 위치한 수들의 합도 모두 34가 된다.
    이것은 일종의 마방진으로 ‘뒤러의 마방진’이라고 불린다.
     



[그림]Albrecht Duerer (獨,1471-1528)◈ Melancholia I detail






    이와 같은 것들은 그림 속의 주인공이 손에 쥐고 있는 컴파스와 함께
    기하학이나 수학 등의 과학적 연구에 필요한 도구들이다.
    그리고 작품의 왼편에는 호수나 바다인 듯한 풍경이 그려져 있고
    원경에서 빛을 발산하고 있는 행성으로부터 날아온 듯한 박쥐가
    펼친 날개에 'Melencolia1'이란 글자를 새겨놓고 있는 것이다.

    덧붙여 뒤러는 이 작품에서 열쇠는 폭력을,
    주머니는 부(富)를 상징한다고 말한 바 있다.

    뒤러는 왜 이 작품의 제목을 Melencolia라고 붙였으며,
    한 손으로 턱을 괸 채 깊은 상념에 사로잡혀있는
    이 여성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가를 파악하기 위해
    우선 Melencolia(우울)와 예술과의 관계를 밝혀볼 필요가 있다.

    추측하기 이번엔 이 동판화의 제목 〈멜랑콜리아 l〉에 대하여 생각해보자.
    ‘멜랑콜리아 l’은 박쥐의 날개에 새겨져 있는데,
    여기서 멜랑콜리아(melencolia)는 우울증(melancholia)의 한 종류를 뜻한다.

    르네상스 시대에 피렌체 출신의 마르실리오 피치노(Marcilio Ficino)와 같은
    신플라톤주의자는 "우울이 없이는 창조적 상상력도 기대할 수 없으며,
    모든 창조는 이것으로부터 연유한다"라고 말함으로써
    예술가의 우울질이 천재성을 강화해주는 요소임을
    공공연하게 주장하여 논쟁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결국 에서 하부에 있는 기술적인 도구나 상부의 기하학,
    과학적인 도구에 둘러싸인 천사의 형상을 한 인물은
    세계의 질서를 과학적으로 밝혀내기 위해 고군분투한
    예술가 자신의 자화상이며, 자신의 천재적 능력을
    우울과 결합시키고자 켰음을 간파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모든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는 창조주에 의해
    창조된 우주의 오묘한 질서와 미의 법칙에 대해서는
    더 이상 알 수 없기 때문에 깊은 우울에 빠져있는 것이다.
    이런 점을 뒷받침해주는 것이 "절대적인 아름다움에 대해서
    나는 알 수 없다. 오직 신을 제외하고 그 누구도 그것을 알지 못한다"라고
    말하고 있는 뒤러 자신의 한탄에 가까운 고백이다.

    그의 작품이 담고 있는 여러 기이한 물체와 형상,
    동물들은 도상학상의 해석을 요구하는 도상해석학의 등장을
    필요로 한다는 점을 재삼 확인할 수 있다. 어쨋든 여기서 보이는
    기이한 도상들은 인생의 세가지 삶의 길을 상징하고 있는 것이라 한다.
    즉 윤리의 세계, 종교의 세계, 지성의 세계 등이다.

    1514년에 그려진 멜랑꼴리아. 미술사의 한 획을 그은 작품으로,
    낭만주의 시기 작가와 화가들에게 많은 영향을 준 작품으로 유명하다.




[그림]Albrecht Duerer (獨,1471-1528)◈ St Jerome in his Study  (1514)






    끝으로 그의 명작 동판화 가운데 하나로 꼽을 수 있는 것은
    <서재에 있는 성 히에로니무스>이다. 이 판화는 우리 마음에
    가장 직접적으로 와 닿는 작품이다. 또한 표현의 핵심이 인물이 아니라
    공간과 빛의 조화에 있다는 점에서 그의 동판화 중 가장 진전된 작품이다.

    히에로니무스는 유대어와 그리스어로 쓰여진 성서를
    라틴어로 번역한 초기 그리스교 시대의 교부이자 학자 성인이다
    고전에 대한 연구가 최고의 과제였던 르네상스 시대에 인문주의자들의
    수호성인으로 사랑 받은 성인이다.

    뒤러는 히에로니무스가 왼편의 창을 통해 들어오는 햇살 가득한 자신의 방에서
    한창 집필에 몰두하고 있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비록 흑백의 동판이지만
    밝은 빛이 충만한 느낌이라든가 성인의 상징인 해골과 성인의 발에 박힌
    가시를 빼줬다는 사자를 비롯하여 많은 물체들이 마치 당시 학자들의
    공부방처럼 꾸며 놓았다




"계속"


 

 

2006-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