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멘토장인규 2008. 10. 20. 14:29






[그림]Kokoschka, Oscar(1886-1980)◈Bride of the Wind(1914)





세상의 전부였던 열정적인 사랑


폭풍우 몰아치는 밤, 휘날리는 천에 감긴 채 하늘에 떠서
다소곳이 포옹하는 남녀가 이채롭다.
그림 속의 남자는 코코슈카 자신이고,
여자는 쇤베르크와 함께 현대음악의 혁신을 가져온
구스타프 말러 의 미망인인 알마 말러이다

무명화가에서 첫 전시회로 하루아침에 화단의 스타가 된
코코슈카는 순수한 열정을 가진 청년이었다.

알마보다 19세 연상인 남편인 구스타프 말러(Gustav Mahler)는
유명한 작곡가였으며 구스타프가 죽자 유럽에서 가장 유명한
미망인이 된 알마는 릴케와 그로피우스에게도 영감을 주었던,
아주 매력적인 여성이었다. 화가 에밀 신들러(Emil Schindler)의
딸로 태어나 미술과 화가들에 둘러싸여 성장했다.

미술을 공부했고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Gustav Klimt)와 친해졌으며
그는 그녀의 초상화를 여러 점 그렸다. 그러나 그녀의 주된 관심은
음악이었다. 피아노 연주에 재능이 있었으며
알렉산더 폰 쳄린스키 (Alexander von Zemlinsky)로부터 작곡을 배웠다.

26세의 순수한 청년 코코슈카는 33세의 아름다운 미망인인 알마를
처음 보고서 완전히 반해 버렸다. 그 다음날 바로 그는 알마에게
편지를 보냈고, 그 뒤로 2년 6개월 동안 4백장이 넘는
사랑의 편지를 보냈다. 또한 알마와의 사랑을 주제로 한
그림들도 많이 그렸는데, <트리스탄과 이졸데>라는
원래의 제목을 바꾼 <폭풍우>는 그들의 열정적인 사랑을 그린 대표작이다.


거의 다 완성되어가오. 번개, 달, 산, 솟구치는 물, 바다를 비춰 주는
뱅골의 그 불빛, 그 폭풍에 날리는 휘장 끝자리에서 서로 손을 잡고
누워 있는 우리의 표정은 힘차고 차분하오. 무드가 적절히 표현된
얼굴 모습이 내 머리에 구체적으로 떠오르며, 우리의 굳센
맹세의 의미 를 다시 절감했소! 자연의 혼돈 속에서
한 인간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감, 그리고 그 신뢰감을
신념으로 수용하여 서로를 안전하게 보호한다는 무드가 잡혔으니,
이제는 몇 군데에 생명감을 불어넣는 시적인 작업만 남았을 뿐이오.



'당신은 아직 길들여지지 않은 나의 야생동물…'


이것은 코코슈카가 <폭풍우>를 그릴 때의 과정을 알마에게
알려 주는 편지의 일부분이다. 그는 휘몰아치는
폭풍우 같은 사랑이 언젠가는 잔잔해질 거라는 것을 예감했던 것일까?
알마의 손을 꽉 잡고 있는 힘줄 선 그의 두 손이 불안하다.
놓치면 안된다는 마음 하나로 꽉 찬 그의 손이 불안하다.
아기처럼 평온하게 눈을 감고 있는 알마와 달리
두 눈을 크게 뜨고 긴장하고 있는 그의 얼굴은
그의 사랑이 비극으로 끝날 것임을 미리 보고 있는 듯 하다.

알마 역시 코코슈카를 뜨겁게 사랑했지만 그의청혼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알마의 남편이었던 말러는 작곡가가 꿈인 알마에게 작곡공부를
못하게 했을 뿐 아니라 혼자 외출하는 것도 금지했고,
자신이 집에 없는 동안은 그 집에 아무도 발을 들여놓지 못하게 했다.
말러는 극심한 의처증으로 한때 성불능까지 겪으며 친구인
프로이드에게 치료까지 받을 정도였다. 남편의 숨막히는
독점욕과 질투심으로 인해 알마의 결혼생활은
좌절과 갈 등의 나날이었다. 알마는 다시는 그런
결혼생활을 하고 싶지 않았다. 왜냐면 코코슈카에게서
남편의 모습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1914년 제1차 세계대전이 일어나자 코코슈카는 책임감을 느끼며
자원입대했다. 그가 전쟁터에 나가 부상을 입고 여러 차례
입원해 있는 동안, 알마는 끈질기게 구애해 왔던
바우하우스의 건축가인 발터 그로피우스와 결혼해 버렸다.
그리고 20여년의 세월이 흐른 후 알마는 그때의 행동을
용서해 주기 바란다는 편지를 코코슈카에게 보냈다.
알마는 70세 생일날 코코슈카의 마지막 편지를 받았다.


사랑하는 나의 알마! 당신은 아직도 나의 길들지 않은 야생동물이오.
당신의 생일을 준비하는 친구들에게 '덧없는 달력의 시간에
나를 묶어놓지 말라'고 하오. 대신 시인을 찾아요. …
그래서 우리가 함께 무엇을 했으며 서로에게 어떤 상처를 주었는지,
후세에 우리들의 살아있는 사랑을 전할 수 있도록
그에게 이야기를 전해 줘요. 우리가 서로에게 불어넣은
그 뜨거운 열정과 비교되는 사랑은 없었으니까. …
이런 사랑의 게임이야말로 우리들 사이의 유일한 아기임을 잊지 말아요.
그럼 부디 몸조리 잘하고 생일날이라고 지나치게 교태부리지 말아요.

당신의 오스카.
추신 : 코코슈카의 가슴은 당신을 용서하기에.


알마는 85세로 죽었고 코코슈카는 알마보다 16년을 더 살다 1980년에 죽었다.


[ April]

2004-06-08